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흔들린다 _ 함민복

마음은 늘 어린아해 2024. 10. 17. 09:00

 

 

 

흔들린다

 

                          함민복

 

 

집에 그늘이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

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는

익선이 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이직하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 2024년 10월 17일 목요일입니다.

흔들리지 않으면 부러지는 법입니다.

유연함을 배우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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