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허공을 걷다 _ 김종제

시 쓰는 마케터 2025. 1. 22. 09:28

 

 

 

허공을 걷다

 

                       김종제

 

 

마음에 병이 들었을 때

허공을 걸어보시라

한겨울에도 봄햇살 지천이어서

솜이불 덮은 것처럼 따스하다

가슴에 독이 맺혔을 때

허공을 걸어보시라

구멍도 없이 확 뚫려있어

발바닥 아래로 쑤욱 빠져나가는

피눈물이 동해바다 같을 것이다

머리에 화가 들끓을 때

허공을 걸어보시라

밤새 꽁꽁 얼려놓았다가

불 가까이 들이밀어

정신의 족적조차 찾을 수 없게 만드는

허공에는 길이 없어서

꽃과 부딪혀 쓰러질 일이 없겠다

허공에는 문이 없어서

바람에 갇혀 숨막힐 일이 없겠다

허공에는 벽이 없어서

사랑에 통곡할 일이 없겠다

허공을 걷는다는 것은

허공보다 가벼워지는 일

허공보다 넓고 깊어지는 일

허공보다 가득하고 아득해지는 일

허공을 걷는다는 것은

나를 용서하고 가쁘게 놓아주는 일

 

 

* 2025년 1월 22일 수요일입니다.

빈 곳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 법입니다.

여지를 만드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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