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분리수거 _ 최영미

마음은 늘 어린 아해 2025. 11. 5. 09:10

 

 

 

분리수거

 

                      최영미

 

 

너를 향한 나의 애증을 분리수거할 수 있다면

원망은 원망끼리

그리움은 그리움끼리

맥주 깡통 따듯 한꺼번에 터트릴 수 있다면

2주마다 한번씩 콱! 눌러 밟아 버린다면

 

너를 만난 오월과 너와 헤어진 시월을 기억의 서랍에 따로 모셔둔다면

아름다웠던 날들만 모아 꽃병에 꽂을 수 있다면

차라리, 홀로 자족했던 지난 여름으로 돌아가

네가 준 환희와 고통을 너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면

여름에 가을을, 네가 없어 끔찍했던 겨울을 미리 앓지 않아도 되리라

 

늦기 전에, 아주 더 늦기 전에

내 노래가 너를 건드린다면

말라 비틀어진 세상의 가슴들을 흔들어 뛰게 한다면

어느날 문득 우리를 깨우는 봄비처럼

아아 - 우우 - 허공에 메아리칠 수 있다면......

 

 

* 2025년 11월 5일 수요일입니다.

분리수거도 자주 하지 않으면 큰 일이 됩니다.

작은 더미일 때 헤치우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