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만일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_ 류시화

시 쓰는 마케터 2019. 1. 18. 08:59



만일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류시화



만일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그 하루를 정원에서 보내리라.


허리를 굽혀 흙을 파고
작은 풀꽃들을 심으리라.


내가 떠나간 뒤에도
그것들이 나보다 더 오래 살아 있도록,
아마도 나는 내가 심은 나무에게 기대리라.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새와 곤충들 또한 나처럼 그 나무에
기대는 것을 바라보리라.


그리고 어쩌면 나처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지막으로 흙 위로 난 길을 걸으리라.


걸으면서 우리가 자연과 더불어
진실했던 때를 기억하리라.


아마도 그것이 나의 마지막 날이 되리라.
그 어느 날보다 후회하지 않는.



* 2019년 1월 18일 금요일입니다.

늘 마지막인 것처럼 알차게 사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