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생각
안도현
나보다 오래 살아온 느티나무 앞에서는
무조건 무릎 꿇고 한 수 배우고 싶다
복숭아나무가 복사꽃을 흩뿌리며
물 위에 점점이 우표를 붙이는 날은
나도 양면괘지에다 긴 편지를 쓰고 싶다
벼랑에 기를 쓰고 붙어 있는, 허리 뒤틀린
조선소나무를 보면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주고 싶다
자기 자신의 욕망을 아무 일 아닌 것같이
멀리 보내는 밤나무 아래에서는
아무 일 아닌 것같이
나도 관계를 맞고 싶다
나 외로운 날은 외변산 호랑가시나무 숲에 들어
호랑가시나무한테 내 등 좀 긁어달라고,
엎드려 상처받고 싶다
* 2019년 3월 12일 화요일입니다.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의 태도를 배우고 싶습니다.
나무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행선 _ 김남조 (0) | 2019.03.15 |
---|---|
어떤 결심 _ 이해인 (0) | 2019.03.14 |
하늘이 보이는 때 _ 이복숙 (0) | 2019.03.07 |
먼지를 보며 _ 이성이 (0) | 2019.03.05 |
나의 꿈 _ 정호승 (0) | 2019.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