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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의 생각 _ 류시화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by 시 쓰는 마케터 2020. 5. 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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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의 생각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민들레 풀씨처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슬픔은 왜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보면
슬프지 않은 것일까

민들레 풀씨처럼
얼마만큼의 거리를 갖고
그렇게 세상 위를 떠다닐수 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 2020년 5월 18일 월요일입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광주학살비디오로 진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고인들의 넋을 기리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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