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행복 _ 유치환

시 쓰는 마케터 2018. 1. 2. 17:51




행복


                             유치환



사랑 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이 와선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도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곁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2018년 1월 2일 화요일입니다. 

미지의 새로운 달력 12장을 얻었습니다.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채워나가길 기원합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