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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 _ 박노해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by 시 쓰는 마케터 2021. 2. 1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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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

 

                        박노해

 

 

종자로 골라내진

씨앗들은 울부짖었다

 

가을날 똑같이 거두어졌건만

다들 고귀한 식탁 위에 오르는데

왜 나는 선택받지 못한 운명인지요

 

남들은 축복 속에 바쳐지는데

나는 바람 찬 허공에 매달려

온몸이 얼어붙고 말라가야 하는지요

 

씨앗들은 눈 녹은 찬물에 몸을 불리고

바람 찬 해토의 대지에 뿌려져

또 한 번 캄캄한 땅 속에 묻혀

살이 썩어내리고 뼈가 녹아내렸다

 

씨앗들은 침묵의 몸부림 속에

두 눈마저 감지 못하고 썩어 사라지며

숨이 넘어가는 최후의 그 순간,

마침내 자기를 마주쳤다

 

한 알의 씨앗이 수많은 불꽃이 되어

검은 대지에 피어나는 찬란한 새싹을

파릇파릇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위대한 첫 발을 내딛는 자신의 모습을

 

겨울에서 봄으로

죽음에서 부활로

한 생에서 영원으로

 

 

* 2021년 2월 16일 화요일입니다.

새로움으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고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수고로움으로 성장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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