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태어난 그대
박정래
당신 생일에 붉은 동그라미 치며
황사바람으로 목이 매캐해지네
냉이 캐는 들녘의 아낙들은
해 지는 줄 모르고
아마도 그런 고즈넉한 어둠이
바쁘게 밀려가고 오던 그런 때 아니던가
쥐불 쫓으며 아쉬운 초저녁 달
불쑥 따서 속 빈 밭고랑에 심으며
보리 싹 맥없이 바람에 눕고
그 파도 위에 당신을 둥근 박에 싣고
떠 보내는 4월은 그래도 희망의 봄
전신으로 전해오는 생명의 전율 모두 모아 뚝배기에 넣고
보글거리는 달래 된장찌개 한 술 떠
당신 입에 넣네, 밤 소쩍새 소리 들리고
내가 줄 수 있는 건 이 작은 행복
당신이 태어났다는 걸 기억하게 하는 것
전생을 열여덟 번 돌아
현생에서 다시 당신을 만나게 된들
4월에 태어난 이 모든 것을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 4월의 그 아픔을
* 2021년 4월 19일 월요일입니다.
완연한 봄기운이 가득한 아침입니다.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는 맛 _ 정일근 (16) | 2021.04.21 |
---|---|
봄은 으쓱으쓱 _ 박노해 (20) | 2021.04.20 |
바람과 햇살과 별빛 _ 정연복 (18) | 2021.04.16 |
살아 있는 것은 늘 새롭다 _ 법정스님 (16) | 2021.04.15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_ 백창우 (14) | 2021.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