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단단한 고요 _ 김선우

시 쓰는 마케터 2021. 9. 16. 09:16

 

 

단단한 고요

 

                                 김선우

 

 

마른 잎사귀에 도토리알 얼굴 부비는 소리

후두둑 뛰어내려 저마다 멍드는 소리

멍석 위에 나란히 잠든 반들거리는 몸 위로

살짝살짝 늦가을 햇볕 발 디디는 소리

먼 길 날아온 늙은 잠자리 채머리 떠는 소리

맷돌 속에서 껍질 타지며 가슴 동당거리는 소리

사그락사그락 고운 뼛가루 저희끼리 소근대며 어루만져주는 소리

보드랍고 찰진 것들 물 속에 가라앉으며

안녕 안녕 가벼운 것들에게 이별인사 하는 소리

아궁이 불 위에서 가슴이 확 열리며 저희끼리 다시 엉기는 소리

식어가며 단단해지며 서로 핥아주는 소리

도마 위에 다갈빛 도토리묵 한 모

모든 소리들이 흘러 들어간 뒤에 비로소 생겨난 저 고요
저토록 시끄러운, 저토록 단단한

 

 

* 2021년 9월 16일 목요일입니다.

여러 과정을 겪어야 단단해지는 법입니다.

고요하게 단단해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