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사모 _ 조지훈

시 쓰는 마케터 2021. 9. 23. 09:09

 

 

사모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 2021년 9월 23일 목요일입니다.

5일간의 한가위 연휴 편히 쉬셨습니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열매를 맺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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