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있지 _ 이병률

시 쓰는 마케터 2022. 6. 23. 08:15

 

 

있지

 

                      이병률

 

 

있지

가만히 서랍에서 꺼내는 말

벗어 던진 옷 같은 말

 

있지

문득 던지는 말

던지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므로 도착하지도 않는 말

 

있지

더없이 있자 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음이 그렇고 그런 말

 

있지

전기 설비를 마친 새 집에 등을 켤 때

있지.라는 소리와 함께 켜지는 것 같아

소스라치게도 되는

하지만 들어도 들어도 저울에 올릴 수 없는 말

 

있지 

그러다가도 그러다가도 혼자가 아닌 말

침묵 사이에 있다가도

말 사이에 있다가도

덩그마니 혼자이기만 한 말

 

있지

수상하고 수상하도록

무엇이 있다는 것인지

무엇으로 청천벽력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인지

포개고 자꾸 포개지는

순박한 그 말에는 참 모두가 있지

 

 

* 2022년 6월 23일 목요일입니다.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네요.

외출하실 때 우산 챙기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