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김지혜 한 계절이 가고 한 계절이 오는 사이 비닐봉지 안 감자들은 서로를 억세게 부둥켜안았다 어른 손가락만큼 자라난 독줄기로 전생까지 끈끈히 묶었다 물컹한 사체에서 기어나와 처절히 흔들리는 아직 나 죽지 않았소, 우리 아직 살아 있소 생명 다한 모체를 필사적으로 파먹으며 비닐봉지 안의 습기와 암흑을 생식하며 저 언어들은 푸르게 살아남았다 싹 난 감자알을 창가에 올려놓으며 본다, 한 계절이 가고 한 계절이 어는 사이 나를 비켜간 저 푸른 인연의 독 * 2024년 2월 13일 화요일입니다.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꽃이 피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