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시 2

모자를 눌러 쓴 시간이 대문 밖으로 걸어나간다 _ 권천학

모자를 눌러 쓴 시간이 대문 밖으로 걸어나간다 권천학 봄이면 모자를 깊이 눌러 쓴 시간이 대문 밖으로 걸어나간다. 나뭇가지에도 걸터앉고 풀잎더미 위에도 주저앉는다 속눈썹에 엉겨 붙은 해의 살들이 오랜만의 외출을 눈부시게 한다. 웅덩이에 고여있는 한 떼의 시간들이 태엽을 탱탱하게 조여 감아서 쏘아대는 빛화살 그늘 속을 관통할 때마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시간들이 푸득거렸고 주저않아 있던 풀잎들도 일어나 째깍초깍째깍초깍째깍초깍째깍초깍째깍초깍...... 싹트는 소리로 초침을 닦기 시작한다. 모자를 벗어들고 돌아온 외출이 불면의 의자에 앉아 훔쳐온 황금 잔에 시간의 즙을 따라 마시는 봄 그리고 밤. * 2024년 3월 12일 화요일입니다. 모든 문제와 해답은 자신 안에 있는 법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하루 되시..

시계 _ 박소란

시계 박소란 움직이고 있다 아직 살아 있다니 아직은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할 수 있지 퍽 강한 사람이군요, 하는 말을 들을 때면 안심이 돼 그럴 때면 표정을 더 덤덤하게 담담하게 다리를 움직여 길을 걷고 팔을 움직여 밥을 먹어 한번쯤 이 팔로 누군가를 껴안을 수도 있다지만 그렇지만 움직이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 그런 게 중요하지 낮이나 밤이나 잠든 척 자세를 가다듬는 새벽이나 숨 쉬고 있는 것 괜찮아? 물으면 괜찮아 답하기 위해 아직 살아 있기 위해 아무도 내가 몇 시인 줄을 모른다 * 2022년 2월 14일 월요일입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정체되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한 주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