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다는 것 고운기 오래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안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빗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귀갓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 멈춘다.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 2020년 9월 11일 금요일입니다. 오래되고 익숙하기 때문에 편하고 쉽게 할 수 있는 법입니다. 더 이상 마스크에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