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익숙해진다는 것 _ 고운기

시 쓰는 마케터 2020. 9. 11. 08:35

 

 

익숙해진다는 것

 

                                   고운기

 

 

오래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안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빗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귀갓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 멈춘다.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 2020년 9월 11일 금요일입니다.

오래되고 익숙하기 때문에 편하고 쉽게 할 수 있는 법입니다.

더 이상 마스크에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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