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박종영 너를 기다리다 지친 우리들의 겨울이 속속히 차가운 한으로 울겠다. 가난을 홀로 움켜잡고 지새우던 긴 겨울밤의 패배를 반추하면서 발돋움하여 손짓을 하면 언뜻 밖에서는 그리운 손님이 부르겠다. 차마 멈출 흰눈이 지금도 내 머리와 네 머리 위에 시새움 하며 내리는데 어느 날까지 향기로 찬 들꽃 벌판을 눈빛으로 기대해야 할까. 강변 풀숲이 윤기를 자랑하기 위해 하늘을 유혹하고 모래언덕 버들강아지 살며시 가슴 여는 솜털, 학처럼 깃을 세우고 매화는 어느새 고운 입술로 봄을 홀린다. 일 년 열두 달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넘나들어 삶을 기도하는 우리 발버둥하며 헤진 옷섶은 누가 달아 줄까, 확 트인 희망을 탈취하여 머리에 이고 건강한 동행을 어디에서 찾을까. 바람이 분다. 남풍인가 놉세풍인가 가늠하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