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사 4

사람의 가을 _ 문정희

사람의 가을 문정희 나의 신은 나입니다. 이 가을날 내가 가진 모든 언어로 내가 나의 신입니다 별과 별 사이 너와 나 사이 가을이 왔습니다 맨 처음 신이 가지고 온 검으로 자르고 잘라서 모든 것은 홀로 빛납니다. 저 낱낱이 하나인 잎들 저 자유로이 홀로 인 새들 저 잎과 저 새를 언어로 옮기는 일이 시를 쓰는 일이, 이 가을 산을 옮기는 일만큼 힘이 듭니다 저 하나로 완성입니다. 새, 별, 꽃, 잎, 산, 옷, 밥, 집, 땅, 피, 몸, 물, 불, 꿈, 섬 그리고 너, 나 이미 한편의 시입니다 비로소 내가 나의 신입니다. 이 가을날 * 2023년 11월 6일 월요일입니다. 가을비가 요란하게 내리는 아침입니다. 새로운 한 주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잠시 쉬어가세 _ 유영인

잠시 쉬어가세 유영인 바다가 그리워도 삶은 허락하지 아니하네 산을 오르려 해도 삶은 바라만 보라 하네 오늘만 생각하려 해도 내일을 생각하라 하네 잠시 사색을 즐기려 해도 옷깃을 흔들며 깨어나라 하네 슬픈 마음으로 환한 미소 보여달라 하네 삶은 내 것이 없고 더불어 같이 살아가라 하네 잠시 쉬어 가세 잠시 내려 놓으세 마음껏 허리 한번 펴보기 힘들었던 삶 마음껏 목이 터져라 외쳐보고 싶었던 삶 잠시 무거운 짐 내려놓고 쉬어가세 허리도 한번 크게 펴보세 목청껏 노래도 불러보세 * 2022년 9월 7일 수요일입니다. 쉼표가 없으면 숨이 막혀 질식하기 마련입니다. 잠시 쉬어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향기 _ 이해인

아침의 향기 이해인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 2018년 4월 4일 수요일입니다.중요한 것은 꾸준함입니다.더딘 것을 염려하지 말고 멈출 것을 염려해야 합니다.멈추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우리라는 말은 _ 홍수희

우리라는 말은 홍수희 얼마나 다정한가 ´우리´라는 말 그보다 따뜻한 말 나는 알지 못하네 눈이 맑은 그대 얼굴 바라볼 때에 외로웁지 않겠네 우리 함께 한다면 너와 내가 혼자 서 있을 때엔 빙산처럼 차가웠던 잿빛 슬픔도 ´우리´라는 말 앞에선 봄눈 속의 아지랑이 없던 용기 불쑥 솟아오르네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라는 말 그보다 사랑스런 몸짓 알지 못하네 아무리 험한 세상 거센 비바람에도 두려울 것 없겠네 우리 함께 간다면 혼자서는 완성되지 않는 그 말이 너와 내가 노래하며 다정히 손잡을 때에 눈부시게 웃으며 피어난다네 불꽃보다 뜨거워라 ´우리´라는 말 * 2018년 2월 9일 금요일입니다.연일 매섭던 한파가 조금 누그러졌네요.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