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사람의 가을 _ 문정희

시 쓰는 마케터 2023. 11. 6. 08:09

 

 

사람의 가을

 

                            문정희

 

 

나의 신은 나입니다. 이 가을날

내가 가진 모든 언어로

내가 나의 신입니다

별과 별 사이

너와 나 사이 가을이 왔습니다

맨 처음 신이 가지고 온 검으로

자르고 잘라서

모든 것은 홀로 빛납니다.

저 낱낱이 하나인 잎들

저 자유로이 홀로 인 새들

저 잎과 저 새를

언어로 옮기는 일이

시를 쓰는 일이, 이 가을

산을 옮기는 일만큼 힘이 듭니다

저 하나로 완성입니다.

새, 별, 꽃, 잎, 산, 옷, 밥, 집, 땅, 피, 몸, 물, 불, 꿈, 섬

그리고 너, 나

이미 한편의 시입니다

비로소 내가 나의 신입니다. 이 가을날

 

 

* 2023년 11월 6일 월요일입니다.

가을비가 요란하게 내리는 아침입니다.

새로운 한 주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