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가을
문정희
나의 신은 나입니다. 이 가을날
내가 가진 모든 언어로
내가 나의 신입니다
별과 별 사이
너와 나 사이 가을이 왔습니다
맨 처음 신이 가지고 온 검으로
자르고 잘라서
모든 것은 홀로 빛납니다.
저 낱낱이 하나인 잎들
저 자유로이 홀로 인 새들
저 잎과 저 새를
언어로 옮기는 일이
시를 쓰는 일이, 이 가을
산을 옮기는 일만큼 힘이 듭니다
저 하나로 완성입니다.
새, 별, 꽃, 잎, 산, 옷, 밥, 집, 땅, 피, 몸, 물, 불, 꿈, 섬
그리고 너, 나
이미 한편의 시입니다
비로소 내가 나의 신입니다. 이 가을날
* 2023년 11월 6일 월요일입니다.
가을비가 요란하게 내리는 아침입니다.
새로운 한 주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_ 류시화 (17) | 2023.11.09 |
---|---|
가을의 창문을 열면 _ 이외수 (3) | 2023.11.08 |
먼 후일 _ 김소월 (6) | 2023.11.03 |
11월에 _ 이해인 (35) | 2023.11.01 |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 _ 신현림 (22) | 2023.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