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달 칼라 현상소 _ 진창윤

시 쓰는 마케터 2022. 7. 20. 08:11

 

 

달 칼라 현상소

 

                            진창윤

 

 

해가 지면 남자는 달을 줍는다

오래전부터 혼자 사는 남자는

사진 박는 것이 직업이다

 

가로등 아래 골판지 달 맥주병 달

자전거에 싣고 온 달들을 둘둘 말아

마루에서 안방까지 차곡차곡 쌓았다

 

월식의 밤, 열일곱 살 딸이 집을 나가자

달 칼라 현상소 간판 붙이고 사진관을 열었다

달이라는 말과 현상한다는 말이 좋았다

 

한 장의 사진에 밤하늘을 박아 팔고 싶어

달을 표적 삼아 카메라를 들이댄다

인화지에 찍혀 나오는 사진 한 장에서

달의 얼굴들을 아랫목에 말린다

 

디지털로 바뀐 지가 언제인데

코닥필름 회사 망한 지가 언제인데

아날로그 필름만을 고집하는 달 칼라 현상소 남자

 

자꾸만 얼굴을 바꾸는 달을 쫓는다

그의 앞마당에 쌓인 폐품들이

달의 얼굴로 처마에 닿아 간다

 

더 벗을 것도 없는 달, 고무 대야 속에 담겨 있다

사진관 남자는 껍질 뿐인 까만 얼굴

달빛에 물들라고 단단하게 비비고 있다.

 

 

* 2022년 7월 20일 수요일입니다.

오랜 시간 사랑을 받는 것들은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습니다.

오래갈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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