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_ 나희덕

시 쓰는 마케터 2022. 7. 22. 08:08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나희덕

 

 

살았을 때의 어떤 말보다

아름다웠던 한마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 말이 잎을 노랗게 물들였다

 

지나가는 소나기가 앞을 스쳤을 뿐인데

때로는 여름에도 낙엽이 진다

온통 물든 것들은 어디로 가나

사라짐으로 하여

남겨진 말들은 아름다울 수 있었다

 

말이 아니어도, 잦아지는 숨소리

일그러진 표정과 차마 감지 못한 두 눈까지도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그 순간

삶을 꿰매는 마지막 한땀처럼

낙엽이 진다

 

낙엽이 내 젖은 신발창에 따라와

문턱을 넘는다, 아직은 여름인데.

 

 

* 2022년 7월 22일 금요일입니다.

믿지 못하면 쓰지 말고, 쓰면 의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믿고 맡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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