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숫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같이 떨던 것이
이렇게 고요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 2023년 3월 3일 금요일입니다.
봄을 시샘하는 찬 바람이 매서운 아침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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