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 _ 박노해

시 쓰는 마케터 2023. 5. 11. 07:55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른 길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면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 2023년 5월 11일 목요일입니다.

가다가 가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기 마련입니다.

중지하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