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우산 속으로 비 소리는 내린다 _ 함민복

시 쓰는 마케터 2024. 2. 21. 08:01

 

 

우산 속으로 비 소리는 내린다

 

                                        함민복

 

 

우산은 말라가는 가슴 접고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비는 또 오는 게 아니라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린다는 생각을 위하여

혼자 마신 술에 넘쳐 거리로 토해지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정작 술 취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닌 나의 나날인데

비가 와 선명해진 원고지칸 같은 보도블록 위를

타인에 떠밀린 탓보단 스스로의 잘못된 보행으로

비틀비틀 내 잘못 써온 날들이 우산처럼 비가 오면

가슴 확 펼쳐 사랑 한 번 못해본 쓴 기억을 끌며

나는 얼마나 더 가슴을 말려야 우산이 될 수 있나

어쩌면 틀렸는지도 모르는 질문에

소낙비에 가슴을 적신다

우산처럼 가슴 한 번 확 펼쳐보지 못한 날들이

우산처럼 가슴을 확 펼쳐보는 사랑을 꿈꾸며

비 내리는 날 낮술에 취해 젖어오는 생각의 발목으로

비가 싫어 우산을 쓴 것이 아닌

사람들의 사이를 걷고 또 걸으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 2024년 2월 21일 수요일입니다.

무언가 잔뜩 쌓여있을 때는 하나씩 차근차근 처리해야 합니다.

순서를 지키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