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봉투에 갇힌 길
김종성
낙타는 물 냄새로 길을 찾아가고
연어는 모태 양수 냄새로 길을 찾아가는데
검지로 찍어 길을 가다 외길에서 방향을 잃었다
왼손가락으로 찍은 자음과
오른손가락으로 찍은 모음으로 조합한 언어들은
해부된 실험용 물고기처럼 너덜거리게 구워져
베틀에 걸 수 없게 날줄과 씨줄이 엉켰다
얼기설기 가건물에서 찍어내는 황금잉어빵
재료 조합도 반죽 숙성도 어설퍼
황금잉어라 이름 하기에는 부끄러운 몸뚱이는
종합문예지 발겨 만든 봉투 속에서 굳어가고 있다
한 때 뜨거운 몸으로 하늘도 땅도 품은 적도 있지만
바람 속의 갈대처럼 등줄기가 까맣게 그을려
촛농이 녹아 날개가 부러진 지금은
웃음 한 조각 슬픔 한잔 내려놓을 곳이 없어
외길에서 길을 잃었다
* 2024년 3월 6일 수요일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이 불행이 오는 걸 막기도 합니다.
가슴에 긍정의 꽃을 심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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