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종이봉투에 갇힌 길 _ 김종성

시 쓰는 마케터 2024. 3. 6. 08:07

 

 

 

종이봉투에 갇힌 길

 

                                   김종성

 

 

낙타는 물 냄새로 길을 찾아가고

연어는 모태 양수 냄새로 길을 찾아가는데

검지로 찍어 길을 가다 외길에서 방향을 잃었다

 

왼손가락으로 찍은 자음과

오른손가락으로 찍은 모음으로 조합한 언어들은

해부된 실험용 물고기처럼 너덜거리게 구워져

베틀에 걸 수 없게 날줄과 씨줄이 엉켰다

 

얼기설기 가건물에서 찍어내는 황금잉어빵

재료 조합도 반죽 숙성도 어설퍼

황금잉어라 이름 하기에는 부끄러운 몸뚱이는

종합문예지 발겨 만든 봉투 속에서 굳어가고 있다

 

한 때 뜨거운 몸으로 하늘도 땅도 품은 적도 있지만

바람 속의 갈대처럼 등줄기가 까맣게 그을려

촛농이 녹아 날개가 부러진 지금은

웃음 한 조각 슬픔 한잔 내려놓을 곳이 없어

외길에서 길을 잃었다

 

 

* 2024년 3월 6일 수요일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이 불행이 오는 걸 막기도 합니다.

가슴에 긍정의 꽃을 심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