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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다림질 _ 정끝별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by 시 쓰는 마케터 2024. 2. 2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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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다림질

 

                          정끝별

 

 

장롱 맨 아랫서랍을 열면

한 치쯤의 안개, 가장 벽촌에 묻혀

눈을 감으면 내 마음 숲길에

나비 떼처럼 쏟아져

 

내친김에 반듯하게 살고 싶어

풀기 없이 구겨져 손때 묻은 추억에

알 같은 몇 방울의 습기를 뿌려

고온의 열과 압력으로 다림질한다

 

태연히 감추었던 지난 시절 구름

내 날개를 적시는 빗물과 같아,

 

안주머니까지 뒤집어 솔질을 하면

여기저기 실밥처럼 풀어지는

여름, 그대는 앞주름 건너에

겨울, 그대는 뒷주름 너머에

 

기억할수록 날 세워 빛나는 것들

기억할수록 몸서리쳐 접히는 것들

오랜 서랍을 뒤져

얼룩진 미련마저 다리자면

 

추억이여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다리면 다릴수록 익숙히 접혀지는

은폐된 사랑이여

 

 

* 2024년 2월 29일 목요일입니다.

방향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떤 바람도 순풍이 될 수 없습니다.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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