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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말을 걸다 _ 권대웅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by 시 쓰는 마케터 2024. 4. 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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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말을 걸다

 

                                권대웅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 2024년 4월 19일 금요일입니다.

'언젠가'라는 진통제에 길들여지면 안 됩니다.

무엇이든 시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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