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무심천 _ 도종환

시 쓰는 마케터 2024. 12. 27. 08:58

 

 

 

무심천

 

                         도종환

 

 

한 세상 사는 동안

가장 버리기 힘든 것 중 하나가

욕심이라서

인연이라서

그 끈 떨쳐버릴 수 없어 괴로울 때

이 물의 끝까지 함께 따라가 보시게

 

흐르고 흘러 물의 끝에서

문득 노을이 앞을 막아서는 저물 무렵

그토록 괴로워하던 것의 실체를 꺼내

물 한 자락에 씻어 헹구어 볼 수 있다면

 

이 세상 사는 동안엔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

어긋나고 어긋나는 사랑의 매듭

다 풀어 물살에 주고

달맞이꽃 속에 서서 흔들리다 돌아보시게

돌아가는 텅 빈 가슴으로

 

바람 한 줄기 서늘히 다가와 몸을 감거든

어찌하여 이 물이 그토록 오랜 세월

무심히 흘러오고 흘러갔는지 알게 될지니

아무 것에도 걸림이 없는 마음을

무심이라 하나니

 

욕심을 다 버린 뒤

저녁 하늘처럼 넓어진 마음 무심이라 하나니

다 비워 고요히 깊어지는 마음을

무심이라 하나니

 

 

* 2024년 12월 27일 금요일입니다.

마음이 편해야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는 법입니다.

걸림이 없는 무심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