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진 그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 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2025년 3월 24일 월요일입니다.
모든 것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면 누군가의 희생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의 희생을 고마워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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