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봄비 _ 고정희

마음은 늘 어린아해 2025. 5. 9. 08:42

 

 

 

봄비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려 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 2025년 5월 9일 금요일입니다.

살면서 점점 더 관상은 과학임을 느낍니다.

특히 나이가 든 사람의 관상은 그 사람의 삶이 녹아 있습니다.

자신의 얼굴을 선하게 만드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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