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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쓰다 _ 심재휘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by 시 쓰는 마케터 2020. 9. 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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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쓰다

 

                       심재휘

 

 

어제는 꽃잎이 지고

오늘은 비가 온다고 쓴다

현관에 쌓인 꽃잎들의 오랜 가뭄처럼

바싹 마른 나의 안부에서도

이제는 빗방울 냄새가 나느냐고 추신한다

 

좁고 긴 대롱을 따라

서둘러 우산은 펴는 일이

우체국 찾아가는 길만큼 낯설 것인데

오래 구겨진 우산은 쉽게 젖지 못하고

마른 날들은 쉽게 접히지 않을 터인데

 

빗소리처럼 오랜만에

네 생각이 났다고 쓴다

여러 날들 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많은 것들이 말라 버렸다고

비 맞는 마음에는 아직

가뭄에서 환도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너무 미안하다고 쓴다

 

우습게도 이미 마음은

오랜전부터 진창이었다고

쓰지 않는다

우산을 쓴다

 

 

* 2020년 9월 9일 수요일입니다.

바람이 없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바람개비를 들고 앞으로 힘차게 뛰어가면 됩니다. 

능동적인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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