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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납작 _ 김혜순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by 시 쓰는 마케터 2021. 9. 2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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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납작

 

                            김혜순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내어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본다.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네들이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가끔 심심하면

여편네와 아이들도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붙여 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조심스럽게 물어 본다.

 

발바닥도 없이 서성서성

입술도 없이 슬그머니

표정도 없이 슬그머니

그렇게 웃고 나서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그리곤 드디어 납작해진

천지 만물을 한 줄에 꿰어 놓고

가이없이 한없이 펄렁펄렁

하나님, 보시기 마땅합니까?

 

 

* 2021년 9월 24일 금요일입니다.

평면적인 사실에서 입체적인 원인을 찾아내는 게 능력입니다.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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