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 _ 류시화

시 쓰는 마케터 2021. 11. 18. 09:09

 

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

                                         류시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걸까
마치 사탕 하나에 울음을 그치는 어린아이처럼
눈 앞의 것을 껴안고
나는 살았다

삶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태어나
그것이 꿈인 줄 꿈에도 알지 못하고
무모하게 사랑을 하고 또 헤어졌다
그러다가 나는 집을 떠나
방랑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내 앞에서 고개를 돌리고
등 뒤에 서면 다시 한번 쳐다본다
책들은 죽은 것에 불과하고
내가 입은 옷은 색깔도 없는 옷이라서
비를 맞아도
더 이상 물이 빠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걸까
무엇이 참 기쁘고
무엇이 참 슬픈가
나는 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
생의 집착도 초월도 잊었다

 

 

* 2021년 11월 18일 목요일입니다.

본질을 잃게 되면 정체성이 없어집니다.

잊었던 것들을 생각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