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等神)
김종제
등신(等神)이 무엇이냐
나무나 돌
혹은 흙이나 쇠 따위로 만든 사람
아니, 신의 모습이라는데
말귀 못 알아듣는
백치 같은
고집 꺾을 수 없는 벽창호 같은
현실에 어두컴컴한
바보와 흡사하게 닮은 것이지요
절간에서나
교회당에서나
제법 깨우쳤다는 사람들은
등신이라는 소리를 들어야지
문밖으로 나갈 채비가 되었다고 한다는데
내 살을 팔아서
허기진 사람들에게
밥 한 그릇 나눠주고
내 피를 팔아서
목마른 사람들에게
물 한 모금 나눠주는
등신 같은 짓만 골라서 한다면
세상은 조금 아름다워지겠지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우리 주변에
등신 같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꽃이란 꽃과 열매란 열매
그 많은 나무와 지저귀는 새
비 한 번 오면 넘쳐흐르는 강물까지
등신이 아닌가 그 말이지요.
* 2022년 1월 25일 화요일입니다.
때로는 바보같음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조금 손해보고 조금 양보하는 바보같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_ 킴벌리 커버거 (12) | 2022.01.27 |
---|---|
그 사람의 손을 보면 _ 천양희 (19) | 2022.01.26 |
삼십대 _ 심보선 (16) | 2022.01.24 |
무화과 숲 _ 황인찬 (18) | 2022.01.21 |
불완전 _ 김현승 (11) | 2022.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