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등신 _ 김종제

시 쓰는 마케터 2022. 1. 25. 08:51

 

 

등신(等神)

 

                       김종제

 

 

등신(等神)이 무엇이냐

 
나무나 돌

혹은 흙이나 쇠 따위로 만든 사람

아니, 신의 모습이라는데

 

말귀 못 알아듣는

백치 같은

고집 꺾을 수 없는 벽창호 같은

현실에 어두컴컴한

바보와 흡사하게 닮은 것이지요

 

절간에서나

교회당에서나

제법 깨우쳤다는 사람들은

등신이라는 소리를 들어야지

문밖으로 나갈 채비가 되었다고 한다는데

 

내 살을 팔아서

허기진 사람들에게

밥 한 그릇 나눠주고

내 피를 팔아서

목마른 사람들에게

물 한 모금 나눠주는

등신 같은 짓만 골라서 한다면

세상은 조금 아름다워지겠지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우리 주변에

등신 같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꽃이란 꽃과 열매란 열매

그 많은 나무와 지저귀는 새

비 한 번 오면 넘쳐흐르는 강물까지

등신이 아닌가 그 말이지요.

 

 

* 2022년 1월 25일 화요일입니다.

때로는 바보같음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조금 손해보고 조금 양보하는 바보같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