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그릇 _ 김시천

시 쓰는 마케터 2022. 2. 25. 08:42

 

 

그릇

 

                     김시천

 

 

그릇이 되고 싶다

마음 하나 넉넉히 담을 수 있는

투박한 모양의 질그릇이 되고 싶다

그리 오랜 옛날은 아니지만

새벽 별 맑게 흐르던 조선의 하늘

어머니 마음 닮은 정화수 물 한 그릇

그 물 한 그릇 무심히 담던

그런 그릇이 되고 싶다

누군가 간절히 그리운 날이면

그리운 모양대로 저마다 꽃이 되듯

지금 나는 그릇이 되고 싶다

뜨겁고 화려한 사랑의 불꽃이 되기보다는

그리운 내 가슴 샘물을 길어다가

그대 마른 목 적셔줄 수 있는

그저 흔한 그릇이 되고 싶다

 

 

* 2022년 2월 25일 금요일입니다.

작은 그릇에 억지로 무언가를 채우려하면 넘치기 마련입니다.

채우기 전에 그릇을 키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