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타는 목마름으로 _ 김지하

시 쓰는 마케터 2022. 5. 9. 08:33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서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 2022년 5월 9일 월요일입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에 맞서던 젊은이들의 술안주였던 시.

대학 시절 참 많이 불렀던 민중가요중 하나였습니다.

논란도 있는 분이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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