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시 23

간격 _ 안도현

간격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나무와 나무가 모여어깨와 어깨를 대고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나무와 나무 사이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생각하지 못했다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나무와 나무 사이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산불이 휩쓸고 지나간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 2024년 10월 25일 금요일입니다.비어 있어야 필요할 때 쓸모가 있는 법입니다.여백을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흔들린다 _ 함민복

흔들린다                           함민복  집에 그늘이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는익선이 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이직하는 일도다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 2024년 10월 17일 목요일입니다.흔들리지 않으면 부러지는 법입니다.유연함을 배우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나무가 숲이 되는 _ 이문조

나무가 숲이 되는                                 이문조  산에 가면나무가 숲이 되는 법을 배운다 연주회에 가면소리와 소리가 합하면더 아름다운 소리가된다는 것을 배운다 축구장에 가면많은 사람이 하나가 되는 법을 배운다 여럿이 하나가 되면아름답다 나무가 숲이 되면진정한 아름다움이거기에 있다  * 2024년 9월  19일 목요일입니다.매일 반복하는 것들이 나를 만드는 법입니다.좋은 것들을 반복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둥근 길 _ 정일근

둥근 길                         정일근  나무는 자신의 몸속에 둥근 나이를 숨기고 산다나이테가 둥근 것은 시간이 둥글기 때문이다시간이 둥근 것은 사람 사는 세상이 둥글기 때문이다사람의 인연이란 직선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둥글게 둥글게 돌아가는 둥근 길이다둥글게 걷다보면 어디선가 우리는 만나게 될 것이다그래서 하늘이 엄지손가락에 나무의 나이테 같은우리가 걸어갈 그 길을 숨겨 놓은 것이다  * 2024년 8월 19일 월요일입니다.자신이 할 수 있다고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는 편견을 버려야합니다.둥글게 살아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나무 _ 신경림

나무                      신경림  나무를 길러 본 사람만이 안다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제 치레하느라 오히려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또는 못나고 볼품 없이 자란 나무에보다 실하고단단한 열메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동무 나무가 꽃피고 열매 맺는 것을훼방한다는 것을그래서 뽑거나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 2024년 8월 14일 수요일 절기상 말복입니다.함께 사는 세상에는 배려와 양보가 필요한 법입니다.상대방을 이해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나무 _ 신경림

나무 신경림 나무를 길러 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 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 2024년 4월 5일 금요일 식목일입니다. 나무들에 싹이 트고 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봄이 제대로 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홍승환 드림

나무들도 전화를 한다 _ 김륭

나무들도 전화를 한다 김륭 앞마당 빨랫줄에 앉았던 새 한 마리 갸웃갸웃 삼십 촉 알전구보다 작은 머리에 불이 들어왔나 보다 전화 왔나 보다 눈도 못 뜬 새끼들 배고파 운다고 동네 시끄러워 낮잠 한숨 못 자겠다고 나무에게 전화 받았나 보다 포동포동 살찐 배추벌레 한 마리 입에 물고 날아간다 꽁지 빠지도록 새끼들 찾아간다 벨소리 그치지 않는 공중전화 한대 놓인 나무의 가장 따스한 품속, 둥지 찾아 날아간다 나무들 가슴 새까맣게 타도록 다이얼을 돌린다 전화를 한다 * 2024년 4월 1일 월요일입니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봐야 비로소 넓은 물을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야를 갖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매듭을 푸는 나무 _ 김윤자

매듭을 푸는 나무 김윤자 나무가 손끝이 가늘어진 것은 바람이 묶어 놓은 매듭을 푸느라 닳아진 까닭이다 나무가 등이 시리도록 꼿꼿한 것은 교과서가 얹어준 거름으로 진리를 먹었기 때문이다 나무가 [하늘이 파랗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하늘을 가까이서 보았기 때문이다 나무가 밤에도 누워 잘 수 없는 것은 낮에 태양이 쏟아 놓은 사랑을 올올이 엮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가 순순히 쓰러져 죽어가는 것은 또 하나의 희망이 발 아래에서 움트기 때문이다 * 2023년 6월 20일 화요일입니다. 진화와 성장을 이끄는 것은 안락함이 아니라 위기감입니다. 안락함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나무 _ 도종환

나무 도종환 퍼붓는 빗발을 끝까지 다 맞고 난 나무들은 아름답다 밤새 제 눈물로 제 몸을 씻고 해 뜨는 쪽으로 조용히 고개를 드는 사람처럼 슬픔 속에 고용하다 바람과 눈보라를 안고 서 있는 나무들은 아름답다 고통으로 제 살에 다가오는 것들을 아름답게 바꿀 줄 아는 지혜를 지녔다 잔가지만큼 넓게 넓게 뿌리를 내린 나무들은 아름답다 허욕과 먼지 많은 세상을 간결히 지키고 서 있어 더욱 빛난다 무성한 이파리와 어여쁜 꽃을 가졌던 겨울 나무는 아름답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나도 결코 가난하지 않은 자세를 그는 안다 그런 나무들이 모여 이룬 숲은 아름답다 오랜 세월 인간들이 그런 세상을 만들지 못해 더욱 아름답다 * 2022년 12월 26일 월요일입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의 가벼운 자세를 생각해봅니다. 한 해의 ..

나무가 먼저였다 _ 박노해

나무가 먼저였다 박노해 나무가 먼저였다 사람보다도 나무가 오래였다 역사보다도 나무가 지켜줬다 군사보다도 나무가 치유했다 의사보다도 나무가 가르쳤다 학자보다도 나무가 안아줬다 혼자일 때도 나무가 내주었다 죽는 날까지 * 2022년 4월 8일 금요일입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만드는 것입니다. 미래를 위해 행동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