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시 4

빗나간 말 _ 김귀녀

빗나간 말 김귀녀 빗나간 말 한마디가 내게로 왔다 세상이 어느 때인데 말 물음, 이 사람 저 사람 확인하는 나쁜 버릇 아직도 옛 모습이다 말, 말 말은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는데 말 끝은 그루터기로 남아있다. 가슴 구석에 마음 안에서 비틀거린다 마음이 진득거린다 살아가기 위해 하는 말 언어가 향기가 될 수는 없을까 꼭 필요한 말 '절대 그럴 수 없어'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나쁜 말, 좋은 말 때로는 선한 거짓말도 모두 향기가 되는 세상 그런 세상이라면 살만하지 않을까 말 한마디가 가슴에 몹시 혼란을 준다 그 이튿날과 육 개월 후가 * 2024년 4월 11일 목요일입니다. 이겼는데 조금 찜찜한 기분은 사전 출구조사 때문인 듯 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말의 포만 _ 김남조

말의 포만 김남조 넓디넓은 할 말들의 바다에 내 말의 한 방울을 보태고 울창한 숲의 허구 많은 할 말들의 잎새에 한 잎 나의 말을 보탠 후 반은 세상의 고요 반은 스스로의 침묵 이 갈피에 잠입해 들어왔다 한동안 말의 포만에 지쳐 견딜 수 없어서이다 * 2022년 8월 11일 목요일입니다. 말이 너무 많으면 정신이 없기 마련입니다. 생각은 많이, 말은 절제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모든 말은요 _ 정현종

모든 말은요 정현종 모든 말은요 마치 그 말이 전부인 듯이 마치 그 말이 실상인 듯이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게 본질적인 약점입니다. 말은 어떻든 끊어져야 하니까 그렇기도 하겠지요만 (그 말 바깥의 빛과 그리고 그림자는 무간지옥과 배꼽-수미산을 중심으로 대천세계에 두루 미쳐 있는데 말이지요) 하하, 모든 말의 그러한 치명적인 한계 때문에 우리와 우리 삶의 허상이 차곡차곡 꾸준히 불어나 온 것이겠지요만 (표현과 그 즐거움은 또 다른 이야기구요) * 2022년 7월 5일 화요일입니다. 모든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관계를 형성합니다. 좋은 말로 천냥 빚을 갚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말하고 보면 _ 나태주

말하고 보면 나태주 말하고 보면 벌써 변하고 마는 사람의 마음 말하지 않아도 네가 내 마음 알아줄 때까지 내 마음이 저 나무 저 흰 구름에 스밀 때까지 나는 아무래도 이렇게 서 있을 수밖엔 없다 * 2022년 4월 1일 금요일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는 많지 않습니다. 새로 시작된 한 달, 말하고 보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