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 한 편 4

우리가 어느 별에서 _ 정호승

우리가 어느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는 별에서 만났기에이토록 서로 그리워 하느냐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 하였기에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우리가 어는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뜨기 전에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저문 바닷가에 홀로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어느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 2018년 3월 27일 화요일입니다.기본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발전이 없습니다.기본을 점검해 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꽃을 보려면 _ 정호승

꽃을 보려면 정호승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 2018년 3월 22일 목요일입니다.본질을 보려면 기다림과 통찰력이 있어야 합니다.보이지 않는 것들을 살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우산이 되어 _ 이해인

우산이 되어 이해인 우산도 받지 않은 쓸쓸한 사랑이 문 밖에 울고 있다 누구의 설움이 비 되어 노나 피해도 젖어 노는 무수한 빗방울 땅 위에 떨어지는 구름의 선물로 죄를 씻고 씻은 비오는 날은 젖은 사랑 수많은 나의 너와 젖은 손 악수하며 이 세상 큰 거리를 한없이 쏘다니리 우산을 펴 주고 싶어 누구에게나 우산이 되리 모두를 위해 * 2018년 3월 8일 목요일입니다.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건강 챙기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수취인불명 _김종제

수취인불명 김종제 값 비싼 우표를 붙여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지만 받아주는 곳이 전혀 없어 붉은 낙인 찍혀 되돌아온 살갗이 문패 아래 수북하게 쌓여있다 내가 바람이었다고 눈비 섞어내리는 문 밖을 한결같이 나서는데 붙잡을 힘도 없는 어머니는 마냥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 추풍의 낙엽처럼 흩어져버린 아버지를 주워 읽는다 저 퇴색한 잎 하나에 하루만큼의 기억이 담겨 있어 아버지를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만주로 시베리아로 돌아다녔으니 낡고 병 들은 몸이 곧 소멸하리라 어디 홀로 멀리 가버려 행방불명으로 신고하기 전에 불 질러버리겠다고 한 곳에 가득 쓸어 모아놓는다 매캐한 냄새가 퍼져 나가며 아버지가 활활 타오른다 눈 앞을 가리는 이 지독한 연기 같은 生이 수취인불명 아니었을까 어제 흘린 눈물이 바닥에 가득 고여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