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수취인불명 _김종제

시 쓰는 마케터 2017. 11. 30. 08:41

 

 

 

수취인불명

 

                               김종제

 

 

값 비싼 우표를 붙여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지만
받아주는 곳이 전혀 없어
붉은 낙인 찍혀 되돌아온 살갗이
문패 아래 수북하게 쌓여있다

내가 바람이었다고
눈비 섞어내리는 문 밖을
한결같이 나서는데
붙잡을 힘도 없는 어머니는
마냥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

추풍의 낙엽처럼 흩어져버린
아버지를 주워 읽는다
저 퇴색한 잎 하나에
하루만큼의 기억이 담겨 있어
아버지를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만주로 시베리아로 돌아다녔으니
낡고 병 들은 몸이 곧 소멸하리라
어디 홀로 멀리 가버려
행방불명으로 신고하기 전에
불 질러버리겠다고
한 곳에 가득 쓸어 모아놓는다

매캐한 냄새가 퍼져 나가며
아버지가 활활 타오른다
눈 앞을 가리는
이 지독한 연기 같은
生이 수취인불명 아니었을까

어제 흘린 눈물이
바닥에 가득 고여 있어
아버지를 이리저리 뒤척거리고 있다



* 2017년 11월 30일 목요일입니다.

어느덧 11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한 달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12월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