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시 28

치명적인 바람 _ 이희중

치명적인 바람 이희중 살갗에 닿아 아찔한 순간이 있지, 어떤 바람 그 바람을 말로 옮길 수 있을까 이를테면 초가을 늦은 하오 숲으로 걸어갈 때 내 곁에 아무도 없을 때 슬쩍 옆 이마 또는 어깨죽지를 건드리고 가는 속눈썹을 미세하게 흔드는, 서늘하고 아득한, 흐르는 무엇을 몸으로 겪는, 두렵고도 매혹적인 어느 곳 어느 때로 나를 실어가려는 듯한 전생 어느 때 겪은 치명적 느낌 아니면 태어나 처음 숨쉬던 느낌일까 기억해낼 수는 없지만 내 생이 전체를 뒤흔드는, 아니면 뒤흔들 듯한 언젠가 꼭 뒤흔들었던 것 같은 기다린다고 곧 오지 않는 그런 바람이 불면 * 2022년 8월 25일 목요일입니다. 아침 바람이 확연히 시원해졌습니다. 치명적인 바람을 느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바람의 두께 _ 안도현

바람의 두께 안도현 씨근덕씨근덕 그렇게도 몇날을 울던 제 울음소리를 잘게 썰어 햇볕에다 마구 버무리던 매미가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때맞춰 배롱나무는 달고 있던 귀고리들을 모두 떼어냈습니다. 울음도 꽃도 처연한 무늬만 남았습니다. 바람의 두께가 얇아졌습니다. * 2022년 8월 22일 월요일입니다. 하나를 버리면 두 개가 오기도 합니다. 선택과 집중을 실천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바람의 말 - 마종기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싶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2022년 5월 10일 화요일입니다. 사람은 말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법입니다. 착하고 진실한 말을 전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_ 천상병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 2022년 3월 25일 금요일입니다. 바람처럼 자유로운 생각이 어려운 길을 찾게 만듭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바람속으로 _ 유하

바람속으로 유하 바람은 허공일 뿐인데 왜 지나온 시간 쪽으로 내 발길은 휘몰아쳐 가는가 뒤돌아 보면, 살아낸 시간들 너무도 잠잠하다만 바람의 취기에 마음을 떠밀렸을 뿐 눈발에 흩뿌려진 별들의 깃털, 탱자나무 숲 굴뚝새의 눈동자 달빛 먹은 할아버지 문풍지 같은 뒷모습 산비둘기와 바꾸고 싶던 영혼, 얼마를 더 떠밀려 가야 생의 상처 꽃가루로 흩날리며 바람에 가슴 다치지 않는 나비나 될까 제 몸을 남김없이 허물어 끝내 머물 세상마저 흔적 없는 바람의 충만한 침묵이여 메마른 나뭇가지 하나의 흔들림에도 고통의 무게는 작용하는 것, 걸음이 걸음을 지우는 바람 속에서 나 마음 한 자락 날려 보내기엔 삶의 향기가 너무 무겁지 * 2021년 11월 10일 수요일입니다. 언제나는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날에도 똑같다는 말입..

흙과 바람 _ 박두진

흙과 바람 박두진 흙으로 빚어졌음 마침내 흙으로 돌아가리. 바람으로 불어넣었음 마침내 바람으로 돌아가리 멀디 먼 햇살의 바람사이 햇살 속 바람으로 나부끼는 흙의 티끌 홀로서 무한 영원 별이 되어 탈지라도 말하리. 말할 수 있으리 다만 너 살아 생전 살의 살 뼈의 뼈로 영혼 깊이 보듬어 후회없이 후회없이 사랑했노라고. * 2021년 11월 3일 수요일입니다. 작은 노력들이 모여 큰 성공을 이루는 법입니다. 노력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 _ 유안진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 유안진 내일 몫은 기쁨 내일 몫은 환희 내일 몫은 찬란함 내일 몫은 영광 내일 몫은 눈부신 황홀이니 나는 견디리 견디어 이기리 오늘 비록 비가 내려도 내일은 해가 뜨리 저 하늘의 무지개 그 약속을 믿으리 * 2021년 10월 12일 화요일입니다. 훌륭한 책들은 모두 지루한 부분이 있고, 위대한 삶에도 재미없는 시기가 있는 법입니다. 한 단계 더 발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 _ 유안진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 유안진 내일 몫은 기쁨 내일 몫은 환희 내일 몫은 찬란함 내일 몫은 영광 내일 몫은 눈부신 황홀이니 나는 견디리 견디어 이기리 오늘 비록 비가 내려도 내일은 해가 뜨리 저 하늘의 무지개 그 약속을 믿으리 * 2021년 7월 5일 월요일입니다. 장마비가 예보되어 있는 한 주입니다. 건강한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바람과 햇살과 별빛 _ 정연복

바람과 햇살과 별빛 정연복 꽃잎에 맴돌다 가는 바람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바람에 꽃잎의 몸은 흔들렸으리 꽃잎에 머물다 가는 햇살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햇살에 꽃잎의 마음은 따스했으리 꽃잎에 입맞춤 하는 별빛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별빛에 꽃잎의 영혼은 행복했으리 오!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이여 * 2021년 4월 16일 금요일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이 무서운 법입니다. 잘 보이지 않는 것들에 집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바람이 부는 까닭 _ 안도현

바람이 부는 까닭 안도현 바람이 부는 까닭은 미루나무 한 그루 때문이다 미루나무 이파리 수 천, 수 만 장이 제 몸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흔들고 싶거든 자기 자신을 먼저 흔들 줄 알아야 한다고 * 2021년 2월 18일 목요일 절기상 우수입니다. 자신은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탓만 해서는 안됩니다. 자기 자신이 먼저 행동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