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시 13

아직과 이미 사이 _ 박노해

아직과 이미 사이 박노해 ´아직´에 절망할 때 ´이미´를 보아 문제 속에 들어 있는 답안처럼 겨울 속에 들어찬 햇봄처럼 현실 속에 이미 와 있는 미래를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에 절망할 때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삶들을 보아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먼저 허리 굽혀 흙과 뿌리를 보살피듯 우리 곁의 이미를 품고 길러야 해 저 아득하고 머언 아직과 이미 사이를 하루하루 성실하게 몸으로 생활로 내가 먼저 좋은 세상을 살아내는 정말 닮고 싶은 좋은 사람 푸른 희망의 사람이어야 해 * 2021년 6월 10일 목요일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들은 이미 지나온 시간들에 결정되는 법입니다. 아직과 이미 사이에서 희망을 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인생의 스승은 시간이다 _ 김정한

인생의 스승은 시간이다 김정한 인생의 스승은 책을 통해서 배운다고 생각했는데 살아갈수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나를 가르치는 건 말없이 흐르는 시간이었다 풀리지 않는 일에 대한 정답도 흐르는 시간 속에서 찾게 되었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의 메세지도 거짓없는 시간을 통해서 찾았다 언제부터인가 흐르는 시간을 통해서 삶의 정답을 찾아가고 있다 시간은 나에게 스승이다 어제의 시간은 오늘의 스승이었고 오늘의 시간은 내일의 스승이 될 것이다 * 2019년 5월 23일 목요일입니다. 시간이라는 수업료를 내고 경험이라는 배움을 얻습니다. 소중한 수업료를 아끼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떠도는 자유에게 _ 고정희

떠도는 자유에게 고정희 한시에는 신새벽 건너오는 바람이더니 세시에는 적막을 뒤흔드는 대숲이더니 다섯시에는 만년설봉 타오르는 햇님이더니 일곱시에는 강물 위에 어리는 들판이더니 아홉시에는 길따라 손잡는 마을이더니 열한시에는 첫눈 내린 날의 석탄불이더니 열세시에는 더운 눈물 따라붓는 술잔이더니 열다섯시에는 기다림 끌고가는 썰물이더니 열일곱시에는 깃발 끝에 걸리는 노을이더니 열아홉시에는 어둠 속에 떠오르는 둥근 달빛이더니 스물한시에는 불바다로 달려오는 만경창파이더니 스물세시에는 빛으로 누빈 솜옷이더니 스물다섯시에는 따뜻하고 따뜻하고 따뜻한 먼 나라에서 아름다운 사람 하나 잠들고 있다. * 2019년 1월 24일 목요일입니다.인생의 시계에서 오늘은 몇 시쯤 될까요?언젠가는 멈춰질 시계이기에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