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시 8

날마다 좋은 날 _ 윤동재

날마다 좋은 날 윤동재 일요일마다 도봉산역에서 내려 도봉산으로 올라가기 위해 길을 건너면 노인 한 분이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습니다. 아들과 며느리가 조그마한 공장에 나가 열심히 벌고 있지만 신세지기 싫어서 여기 나와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 만 원만 벌면 된다고 합니다. 만 원만 벌면 할망구하고 국수도 사 먹고 담배도 한 갑 사고 어쩌다가 손주놈 공책과 연필도 사다 준다고 합니다. 하루 만 원만 벌면 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합니다. * 2022년 8월 26일 금요일입니다. 마음가짐에 따라 같은 상황도 다르게 느끼는 법입니다. 여유와 너그러움으로 좋은 날 만드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빈 마음 _ 법정 스님

빈 마음 법정 스님 등잔에 기름을 가득 채웠더니 심지를 줄여도 자꾸만 불꽃이 올라와 펄럭거린다. 가득 찬 것은 덜 찬 것만 못하다는 교훈을 눈앞에서 배우고 있다. 빈 마음, 그것을 무심(無心)이라고 한다. 빈 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 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 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차다. * 2022년 8월 12일 금요일입니다. 빈 공간이 없으면 완성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울림이 있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_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이준관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음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 2022년 6월 20일 월요일입니다. 때로는 느리게 돌아가는 길에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즐거운 한 주의 시작 되세요. 홍승환 드림

너도 느리게 살아봐 _ 장영희

너도 느리게 살아봐 장영희 수술과 암술이 어느 봄날 벌 나비를 만나 눈빛 주고받고 하늘 여행 다니는 바람과 어울려 향기롭게 사랑하면 튼실한 씨앗 품을 수 있지. 그 사랑 깨달으려면 아주 천천히 가면서 느리게 살아야 한다. 너울너울 춤추며 산 넘고 물 건너는 빛나는 민들레 홀씨 그 질긴 생명의 경이로움 알려면 꼭 그만큼 천천히 걸어야 한단다. 번쩍 하고 지나가는 관계 속에서는 따사로운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사랑 한 올 나누지 못한다 쏜살같이 살면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할 것 볼 수 없단다. 마음의 절름발이일수록 생각이 외곬으로 기울수록 느리게 살아야 하는 의미를 가슴에 새겨야 한단다. 아이야 , 너도 느리게 살아 봐. * 2022년 3월 28일 월요일입니다. 느리게 천천히 보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기특한 일 _ 김영천

기특한 일 김영천 모두 잠든 그 시간에도 깜깜한 세상을 비추이는 별빛처럼 그대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내 그리움은 그대의 어둠을 비추고 있네 살포시 내렸다가 아침 햇살에 이내 녹고 마는 여우눈처럼 곧 제 서러움에 겨워 눈자위 촉촉이 젖을 이 못난 그리움을 보라 저 하늘의 단 하나의 별빛도 예사롭지 않으니 그대여, 너무도 일상적이거나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 다 그 근본에 그리움이 있으니 이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아무 것 거둘 수 없다하더라도 한 평생 삶의 자락 어디메 쯤 그리움 하나 독하게 키울 일이네 * 2021년 12월 13일 월요일입니다. 마음에 여유가 있으면 기특한 일들이 많아지는 법입니다.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여유 있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_ 정희성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 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 2021년 11월 25일 목요일입니다. 조급해 할수록 빈 틈이 많이 발생하는 법입니다. 천천히 여유를 갖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여유 _ 헨리 데이비스

여유 헨리 데이비스 그것이 무슨 인생인가,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나뭇가지 아래서 양과 소의 순수한 눈길에 펼쳐진 풍경을 차분히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숲을 지나면서 수풀 속에 도토리를 숨기는 작은 다람쥐들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대낮에도 마치 밤하늘처럼 반짝이는 별들을 가득 품은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다정한 눈길에 고개를 돌려 춤추는 그 고운 발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눈가에서 시작된 그녀의 환한 미소가 입가로 번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얼마나 가여운 인생인가, 근심으로 가득 차 잠시 멈춰 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 2020년 3월 19일 목요일입니다. 오늘 오후에는 태풍급 바람이 분다고 하네요. 바쁜 시간 속에서도 잠깐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