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시 2

고양이와 냉장고의 연애 _ 홍일표

고양이와 냉장고의 연애 홍일표 집 주인의 양육법이 궁금하다 태생이 다른 농경과 유목의 혈통 방금 전 냉장고가 삼킨 것은 생선 몇 마리 그 중 한 마리가 고양이 입 속으로 들어간다 생선이나 육류를 좋아하는 식성이 닮았다 냉장고와 고양이는 아픈 기억 탓인지 긴 꼬리를 등 뒤에 감추고 산다 고양이는 주로 검정을 선호하고 냉장고는 주로 흰색을 선호한다 가끔은 서로 옷을 바꿔 입기도 하는 것이 그들의 습속이다 둘의 연애는 유구하다 본적과 취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주고받는 눈빛이 뜨겁고 깊은, 몸속에 환하게 불을 켜고 사는 그들은 24시간 소등하지 않고 푸른 눈빛으로 어둠 위에 군림한다 냉장고 옆에 애첩처럼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가 집 주인의 커다란 귓속을 밤새도록 들락거린다 * 2023년 12월 18일 월요일입니다..

공갈빵이 먹고 싶다 _ 이영식

공갈빵이 먹고 싶다 이영식 빵 굽는 여자가 있다 던져놓은 알, 반죽이 깨어날 때까지 그녀의 눈빛은 산모처럼 따뜻하다 달아진 불판 위에 몸을 데운 빵 배불뚝이로 부풀고 속은 텅- 비었다 들어보셨나요? 공갈빵 몸 안에 장전된 것이라곤 바람뿐인 바람의 질량만큼 소소해 보이는 빵, 반죽 같은 삶의 거리 한 모퉁이 노릇노릇 공갈빵이 익는다 속내 비워내는 게 공갈이라니! 나는 저 둥근 빵의 내부가 되고 싶다 뼈 하나 없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 몸 전체로 심호흡하는 폐활량 그 공기의 부피만큼 몸무게 덜어내는 소소한 빵 한쪽 떼어먹고 싶다 발효된 하루 해가 천막 위에 눕는다 아무리 속 빈 것이라도 때 놓치면 까맣게 꿈을 태우게 된다고 슬며시 돌아눕는 공갈빵, 차지게 늘어붙는 슬픔 한 덩이가 불뚝 배를 불린다 *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