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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빵이 먹고 싶다 _ 이영식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by 시 쓰는 마케터 2023. 3. 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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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빵이 먹고 싶다

 

                                      이영식

 

 

빵 굽는 여자가 있다

던져놓은 알, 반죽이 깨어날 때까지

그녀의 눈빛은 산모처럼 따뜻하다

달아진 불판 위에 몸을 데운 빵

배불뚝이로 부풀고 속은 텅- 비었다

들어보셨나요? 공갈빵

몸 안에 장전된 것이라곤 바람뿐인

바람의 질량만큼 소소해 보이는

빵, 반죽 같은 삶의 거리 한 모퉁이

노릇노릇 공갈빵이 익는다

 

속내 비워내는 게 공갈이라니!

나는 저 둥근 빵의 내부가 되고 싶다

뼈 하나 없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

몸 전체로 심호흡하는 폐활량

그 공기의 부피만큼 몸무게 덜어내는

소소한 빵 한쪽 떼어먹고 싶다

발효된 하루 해가 천막 위에 눕는다

아무리 속 빈 것이라도 때 놓치면

까맣게 꿈을 태우게 된다고

슬며시 돌아눕는 공갈빵,

 

차지게 늘어붙는 슬픔 한 덩이가

불뚝 배를 불린다

 

 

* 2023년 3월 24일 금요일입니다.

공갈빵 안 쪽의 달콤함과 고소함이 생각나네요.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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