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시 9

12월의 노래 _ 이해인

12월의 노래 이해인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말을 많이 했던 빈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각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 2023년 12월 5일 화요일입니다. 무엇이든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참고 기다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2월에 꿈꾸는 사랑 _ 이채

12월에 꿈꾸는 사랑 이채 12월엔 그대와 나 따뜻한 마음의 꽃씨 한 알 고이고이 심어두기로 해요 찬바람 언 대지 하얀 눈 꽃송이 피어날 때 우리도 아름다운 꽃 한 송이 온 세상 하얗게 피우기로 해요 이해의 꽃도 좋고요 용서의 꽃도 좋겠지요 그늘진 외딴 곳 가난에 힘겨운 이웃을 위해 베품의 꽃도 좋고요 나눔의 꽃도 좋겠지요 한 알의 꽃씨가 천 송이의 꽃을 피울 때 우리 사는 이 땅은 웃음꽃 만발하는 행복의 꽃동산 생각이 기도가 되고 기도가 사랑이 될 때 사람이 곧 빛이요 희망이지요 홀로 소유하는 부는 외롭고 함께 나누는 부는 의로울 터 말만 무성한 그런 사랑 말고 진실로 행하는 온정의 손길로 12월엔 그대와 나 예쁜 사랑의 꽃씨 한 알 가슴마다 심어두기로 해요 * 2022년 12월 1일 목요일입니다. 한..

12월의 노래 _ 이해인

12월의 노래 이해인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말을 많이 했던 빈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 2021년 12월 16일 목요일입니다.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완성이 되는 법입니다. 숙성의 시간을 갖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2월이라는 종착역 _ 안성란

12월이라는 종착역 안성란 정신없이 달려갔다. 넘어지고 다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간 길에 12월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니 지나간 시간이 발목을 잡아 놓고 돌아보는 맑은 눈동자를 1년이라는 상자에 소담스럽게 담아 놓았다. 생각할 틈도없이 여유를 간직할 틈도없이 정신없이 또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남겨 버린다. 지치지도 않고 주춤거리지도 않고 시간은 또 흘러 마음에 담은 일기장을 한 쪽 두 쪽 펼쳐 보게 한다.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 하는 인생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버리는 삶이라지만 무엇을 얻었냐 보다 무엇을 잃어 버렸는가를 먼저 생각하며 인생을 그려놓는 일기장에 버려야 하는 것을 기록하려고 한다. 살아야 한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두 가지 모두 중요하겠지만 둘 중 하나를 간직해야 한다면 살아 ..

12월이라는 종착역 _ 안성란

12월이라는 종착역 안성란 정신없이 달려갔다. 넘어지고 다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간 길에 12월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니 지나간 시간이 발목을 잡아 놓고 돌아보는 맑은 눈동자를 1년이라는 상자에 소담스럽게 담아 놓았다. 생각할 틈도 없이 여유를 간직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또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남겨 버린다. 지치지도 않고 주춤거리지도 않고 시간은 또 흘러 마음에 담은 일기장을 한 쪽 두 쪽 펼쳐 보게 한다.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 하는 인생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버리는 삶이라지만 무엇을 얻었냐 보다 무엇을 잃어버렸는가를 먼저 생각하며 인생을 그려놓는 일기장에 버려야 하는 것을 기록하려고 한다. 살아야 한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두 가지 모두 중요하겠지만 둘 중 하나를 간직해야 한다면 살아..

12월의 독백 _ 오광수

12월의 독백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 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 2020년 12월 22일 목요일입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을 정리해봐야 할 시기입니다. Plan-Do-See의 순환구조에서 검토하고 보완해..

12월이라는 종착역 _ 안성란

12월이라는 종착역 안성란 정신없이 달려갔다. 넘어지고 다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간 길에 12월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니 지나간 시간이 발목을 잡아 놓고 돌아보는 맑은 눈동자를 1년이라는 상자에 소담스럽게 담아 놓았다. 생각할 틈도없이 여유를 간직할 틈도없이 정신없이 또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남겨 버린다. 지치지도 않고 주춤거리지도 않고 시간은 또 흘러 마음에 담은 일기장을 한쪽 두쪽 펼쳐 보게 한다.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 하는 인생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버리는 삶이라지만 무엇을 얻었냐 보다 무엇을 잃어 버렸는가를 먼저 생각하며 인생을 그려놓는 일기장에 버려야 하는것을 기록하려고 한다. 살아야 한다는것. 살아 있다는것. 두가지 모두 중요하겠지만 둘 중 하나를 간직해야 한다면 살아 있다는것에 대..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_ 도종환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도종환 우리는 누군가 나를 정말로 포근히 안아주길 바랍니다.편안하게, 진심으로 따뜻하게 사랑해 주길 바랍니다.그런 마음으로 안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길 바랍니다. 여자만 그렇게 바라는 게 아닙니다. 남자도 그렇습니다.젊은 남자만 그런 게 아닙니다.어린이도 누군가 자기를 안아주고 인정해 주길 바라고,늙고 쇠잔해져 가는 사람들도 안아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길 바랍니다. 사람들은 마음속으로는 다 사랑받기를 갈구합니다.우린 너무 외롭게 살고 있습니다. 먼저 안아줘 보세요.나무든 사람이든 먼저 안아주면 그도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것입니다. * 2018년 12월 17일 월요일입니다.먼저 안아줄 수 있는 여유와 포용력이 필요합니다.즐거운 하루 행복한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2월의 엽서 _ 이해인

12월의 엽서 이해인 또 한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해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하지요. 해야 할 일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남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엔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쓰고 모든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