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연탄 한 장 _ 안도현

시 쓰는 마케터 2022. 8. 5. 08:32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산산히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 2022년 8월 5일 금요일입니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만들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자신을 위해 희생해주는 이들을 고마워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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