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바람
이희중
살갗에 닿아 아찔한 순간이 있지, 어떤 바람
그 바람을 말로 옮길 수 있을까
이를테면 초가을 늦은 하오
숲으로 걸어갈 때 내 곁에 아무도 없을 때
슬쩍 옆 이마 또는 어깨죽지를 건드리고 가는
속눈썹을 미세하게 흔드는, 서늘하고 아득한,
흐르는 무엇을 몸으로 겪는, 두렵고도 매혹적인
어느 곳 어느 때로 나를 실어가려는 듯한
전생 어느 때 겪은 치명적 느낌
아니면 태어나 처음 숨쉬던 느낌일까
기억해낼 수는 없지만
내 생이 전체를 뒤흔드는, 아니면 뒤흔들 듯한
언젠가 꼭 뒤흔들었던 것 같은
기다린다고 곧 오지 않는 그런 바람이 불면
* 2022년 8월 25일 목요일입니다.
아침 바람이 확연히 시원해졌습니다.
치명적인 바람을 느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_ 칼릴 지브란 (16) | 2022.08.29 |
---|---|
날마다 좋은 날 _ 윤동재 (22) | 2022.08.26 |
귀천 _ 천상병 (23) | 2022.08.24 |
미스터리 _ 김상미 (15) | 2022.08.23 |
바람의 두께 _ 안도현 (20) | 2022.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