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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_ 한영숙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by 시 쓰는 마케터 2023. 3. 2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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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한영숙

 

 

내 안에는

아직 깎지 않은 새 연필 몇 자루와

쓰다 남은 심 부러진 연필들이

한증막 장작더미처럼 수북이 쌓여있다

어쩌다 절반 넘어 닳아진 몽당연필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널려 있는 커피 자판기 아무나 뽑아낼 수 있는

복제된 일회용 컵처럼

쓰다가 몇 번 부러지면 서슴없이 던져버리는

내 부러진 시간들

언제 한 번 진득이 끝까지

써보기라도 했단 말인가

장작불보다 더 활활 타 들어가는

내 열정을, 꾹꾹 눌러 쓸

생애의 끝까지 써야 될

연필 몇 자루는

도대체 어디쯤 있을까

 

 

* 2023년 3월 21일 화요일입니다.

중간에 그만두는 일은 결과가 없는 법입니다.

끝까지 마무리 짓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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