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걸어가는 길
유하
길은 미래를 향해 뻗어있지만
그 길을 만든 건 추억이었다
길은 속도를 위해 존재해 왔다
하지만 추억의 몸인 그 길은 자꾸
속도의 바깥으로 나를 끄집어내곤 했다
실연의 신발은 속도를 갈망했고
사랑의 신발은 정지를 찬양했다
바뀐 사랑을 이끌고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새로운 추억은 그보다 오래된 추억을 지웠고
가까운 미래는 더 먼 미래를 지웠다
하여 미래와 추억은 어느 순간 길 위에서 만났다
난 이미 낡아버린 신발로 미래를 추억하였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그 길은
내 암흑의 내부를 걷기 시작했고
비 내리는 내 기억들의 필름이 몸을 풀어
길의 미래가 되어주었다
* 2023년 6월 30일 금요일입니다.
정답만 제공하는 것보다는 근거와 이유를 설명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한 해의 절반 잘 마무리 하시고 더 멋진 절반 맞이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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